정견을 떠나와서 가장 처음 먹은 음식은 치킨 이었습니다. 치킨을 먹으며 불현듯 떠오른 것은 정견에 사는 여러 동물 친구들 중 하나인 흰 암탉이었고요.
사실 그 흰 암탉과 제가 특별한 관계가 있다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시우가 쓰다듬는 것을 제게 처음으로 허락하던 그 순간, 카레색 고양이가 정견대를 오르는 저를 따르던 날들 만큼 기쁘고 즐거웠던것도 아닙니다.
단지 그 흰 암탉에 대한 제가 가진 기억이라곤 3층 복도를 제 마음대로 다니며 영역 표시를 하던 모습이라거나 세탁기를 돌리는 저를 조류 특유의 방식으로 고개를 돌려가며 한참을 관찰 하던 것이 전부입니다. 마치 자신도 정견의 구성원이기라도 하듯 이곳 저곳을 제집 처럼 다니며 사람을 피하지도 않는 모습에서 저는 닭에 대한 생각을 달리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단순히 알을 낳아 계란을 주고 치킨이 되어 배를 불려주는 존재가 아닌 교감의 대상이자 존중 받아야 할 생명체라는 사실 말입니다.
대단한 깨달음인양 적었지만 실은 실장님께서 실천하시는 모습들을 통해 배운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 흰 암탉은 매일 아침 1층 마루 동일한 장소에 그것도 상당한 양의 영역 표시를 합니다. 실장님은 아무 말씀 없이 치워주시고, 단 한번도 내쫓거나 그와 같은 행위를 하지 못하게 하지도 않으셨으며 그가 원하는대로 자유롭게 내버려 두시려는듯 했습니다.
정견을 내려와서 사람들 사이에서 제자신이 뭔가 달라졌다 느낀것은 도시 생활에 찌들었던 제 몸과 마음이 많이 정화되었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바로 원장님과 실장님 두분이 정견의 동물 친구들을 자애롭게 대하셨듯 저를 대해주셨기 때문이었다는 것을 치킨을 뜯으며 떠올린 그 흰 암탉을 통해서 다시금 깨달았습니다.